10년간 써본 보충제 중 유일하게 남은 것
운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12년째다. 그 사이 BCAA, 글루타민, 부스터, ZMA까지 안 써본 보충제가 없다. 대부분은 체감 효과가 없어서 6개월 안에 끊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복용하는 건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 딱 하나다.
처음 크레아틴을 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둘 중 하나였다. “그거 스테로이드 아니야?“라거나 “신장 망가진다며?” 2026년 현재도 이런 오해가 여전하다. 하지만 크레아틴은 스포츠 영양학 역사상 가장 많이 연구된 보충제이고,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가 공식적으로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포지션 스탠드를 발표한 몇 안 되는 성분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좋다더라” 수준이 아니라, 실제 임상 연구 데이터가 말하는 크레아틴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리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과장과 공포를 걸러내고 팩트만 남기는 게 목적이다.
크레아틴이란 — 기본 메커니즘 이해
크레아틴은 아르기닌, 글리신, 메티오닌 세 가지 아미노산으로부터 간과 신장에서 합성되는 질소 유기산이다. 체내 크레아틴의 약 95%는 골격근에 포스포크레아틴(PCr) 형태로 저장된다.
근육이 수축할 때 ATP(아데노신 삼인산)가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내놓는다. 문제는 근육 내 ATP 저장량이 약 23초 분의 고강도 운동밖에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포스포크레아틴이 등장한다. PCr이 인산기를 ADP에 넘겨주면서 ATP를 빠르게 재합성해주는 것이다. 크레아틴 보충은 이 PCr 저장량을 **평상시 대비 2040% 끌어올려** 고강도 운동의 가용 에너지 풀을 넓히는 원리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벤치프레스 8회에서 실패하던 무게로 9~10회를 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 두 레 더 가는 연료"라고 보면 정확하다.
식품으로는 얼마나 섭취할 수 있나
크레아틴은 붉은 고기와 생선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다. 하지만 소고기 1kg에 약 45g, 연어 1kg에 약 4.5g 정도가 함유되어 있어서, 하루 권장 보충량인 35g을 음식만으로 채우려면 매일 고기를 1kg씩 먹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말 형태의 보충제가 의미를 갖는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크레아틴의 효과
크레아틴에 관한 임상 연구는 수백 편이 넘는다. 그중 반복적으로 확인된 핵심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근력 및 파워 출력 증가
ISSN의 2017년 포지션 스탠드에 따르면, 크레아틴 보충은 단기 고강도 운동 능력을 5~15%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반복 스프린트, 고중량 저반복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ATP-PCr 시스템에 의존하는 운동에서 효과가 두드러진다.
2. 근비대 촉진
크레아틴 자체가 근육을 키우는 건 아니다. 다만 더 높은 볼륨(무게 × 반복수 × 세트)으로 훈련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비대를 가속한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크레아틴 보충 + 저항 운동 그룹이 위약 + 저항 운동 그룹 대비 제지방량(lean mass) 증가폭이 유의미하게 컸다고 보고했다.
3. 회복 촉진과 근손상 감소
고강도 훈련 후 근육 손상 마커(크레아틴 키나아제 수치)가 크레아틴 복용 그룹에서 더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훈련 간 회복이 빨라지면 주간 훈련 빈도를 높일 수 있어 장기적 성장에 유리하다.
4. 인지 기능 개선 가능성
뇌도 ATP를 소비하는 기관이다. 최근 연구들은 크레아틴 보충이 수면 부족 상태에서의 인지 능력 저하를 완화하거나, 고령자의 단기 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아직 “확립"은 아니지만, Forbes 보도에서도 주목할 만한 잠재적 효과로 다루고 있다.
효과 비교 — 주요 운동 보충제 대조표
| 보충제 | 근력 증가 근거 | 근비대 기여 | 안전성 데이터 | 비용 (월 기준) |
|---|---|---|---|---|
|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 | 매우 강함 (수백 편) | 간접적 · 강함 | 장기 연구 풍부 | 5,000~8,000원 |
| BCAA | 약함~미미 | 미미 | 안전 | 15,000~25,000원 |
| 베타알라닌 | 중간 (지구력 위주) | 간접적 · 중간 | 양호 | 10,000~15,000원 |
| 글루타민 | 미미 | 미미 | 안전 | 10,000~20,000원 |
| 카페인 | 중간 (각성·집중) | 미미 | 양호 (용량 주의) | 3,000~5,000원 |
가성비와 근거 수준 모두에서 크레아틴이 압도적이라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다. BCAA가 크레아틴보다 서너 배 비싸면서 근력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부작용 — 팩트와 미신 구분하기
크레아틴의 부작용에 대해 인터넷에는 과장이 정말 많다. 연구 문헌이 실제로 보고하는 것과, 근거 없이 떠도는 것을 구분하자.
실제 확인된 부작용
체중 증가 (수분 저류) — 크레아틴은 근육 세포 내에 수분을 끌어들인다. 보충 시작 후 1
2주 내에 12kg의 체중 증가가 흔하다. 이것은 지방이 아니라 세포 내 수분이다. 체급 스포츠 선수라면 시합 전 복용 중단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소화 불편 (고용량 시) — 로딩 기간에 하루 20g을 한 번에 복용할 경우 복부 팽만감, 설사가 올 수 있다. 이는 5g씩 4회로 나눠 먹으면 대부분 해결된다.
근경련 (과거 보고, 현재 반론 우세) — 초기에 크레아틴이 근경련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이후 대규모 연구에서는 크레아틴 그룹과 위약 그룹 간 근경련 발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근거 없는 미신들
“신장을 망친다” — 건강한 성인 기준 하루 3~5g 복용 시 신장 기능 지표(혈중 크레아티닌, GFR)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는 것이 메이요 클리닉을 포함한 다수 기관의 결론이다. 다만 기존 신장 질환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탈모를 유발한다” — 2009년 럭비 선수 대상 단일 연구에서 DHT 수치가 올랐다는 결과가 한 번 나왔을 뿐, 이후 재현된 적이 없다.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 등에서도 “현재 근거 부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하나의 연구가 10년 넘게 공포로 확산된 전형적인 사례다.
“간에 부담을 준다” — 건강한 성인 대상 장기 연구에서 간 수치 이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복용법 — 로딩 vs 비로딩, 타이밍
복용 프로토콜은 크게 두 가지다.
로딩 프로토콜
- 로딩 기간 (5~7일): 하루 20g을 5g × 4회로 나눠 복용
- 유지 기간: 하루 3~5g을 1회 복용
- 근육 내 PCr 포화까지 약 5~7일 소요
비로딩 프로토콜
- 처음부터 하루 3~5g만 꾸준히 복용
- 근육 내 PCr 포화까지 약 3~4주 소요
- 최종 포화 수준은 로딩과 동일
로딩이 빠르긴 하지만, 소화 불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급하지 않다면 비로딩으로 천천히 채우는 편이 편하고 안전하다. 개인적으로도 비로딩을 추천하고, 실제로 10년간 하루 5g씩만 먹고 있다.
복용 타이밍
“운동 전에 먹어야 하나, 후에 먹어야 하나"는 끊임없이 나오는 질문인데,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다. 크레아틴은 체내에 축적되어 작동하는 보충제이므로 매일 꾸준히 먹는 것이 핵심이지, 특정 시점에 맞춰야 하는 게 아니다. 하루 중 기억하기 쉬운 시점에 물과 함께 복용하면 된다.
크레아틴 형태 선택
시중에 크레아틴 HCl, 크레아틴 에틸에스터, 버퍼드 크레아틴 등 다양한 형태가 나와 있지만, 거의 모든 임상 연구는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로 진행되었다. 다른 형태가 모노하이드레이트보다 우월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까지 없으며, 가격은 2~5배 비싸다. 위키백과 크레아틴 항목에서도 모노하이드레이트가 가장 연구가 많고 비용 효율적인 형태로 기술되어 있다.
크레아틴이 효과 없는 경우 — 흔한 실수와 한계
어떤 보충제든 만능은 아니다. 크레아틴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솔직하게 짚어본다.
“논리스폰더” 현상
전체 인구의 약 20~30%는 크레아틴 보충에 반응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주로 기저 근육 내 크레아틴 수치가 이미 높은 사람이다. 평소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 근육량이 이미 상당한 숙련 운동인이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4주간 복용하고도 체감이 전혀 없다면, 무리하게 용량을 늘리기보다 중단을 고려해도 좋다.
유산소 운동 위주라면 효과가 제한적
크레아틴은 ATP-PCr 시스템, 즉 10초 이내의 폭발적 에너지 출력에 관여한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자전거 같은 유산소 지구력 운동에서는 에너지 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 “달리기 실력을 올리고 싶다"면 크레아틴보다 지구력 훈련 볼륨과 영양 전략을 점검하는 게 먼저다.
훈련 강도가 낮으면 의미 없다
크레아틴은 “한 두 레 더"를 가능하게 해주지만, 애초에 한계치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다면 그 “한 두 레"가 발현될 기회 자체가 없다. 가볍게 움직이는 수준의 운동에서는 크레아틴이든 뭐든 보충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수분 섭취 부족
크레아틴은 근세포 내로 수분을 끌어들인다.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탈수 위험이 높아지고, 소화 불편 가능성도 올라간다. 크레아틴 복용 시 하루 수분 섭취를 평소보다 500ml~1L 정도 늘리는 것이 권장된다.
장기 복용 안전성 — 데이터가 말하는 것
크레아틴의 장기 안전성은 보충제 업계에서 가장 잘 연구된 주제 중 하나다.
- 최장 5년간 연속 복용한 연구에서도 신장, 간, 심혈관 기능에 유의미한 이상이 보고되지 않았다
-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는 크레아틴을 **“단기·장기 모두 안전한 보충제”**로 분류하고 있다
-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 약물 목록에 크레아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올림픽 선수도 사용 가능하다
다만 아래에 해당하는 경우는 복용 전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 기존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 18세 미만 청소년 (장기 연구 데이터 부족)
- 임산부 및 수유부 (안전성 연구 미비)
- 이뇨제 또는 신장 관련 약물 복용 중인 경우
🔑 Key Takeaways
-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는 수백 편의 연구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몇 안 되는 보충제다
- 핵심 효과는 고강도 운동 시 근력·파워 5~15% 향상이며, 유산소 위주 운동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 건강한 성인 기준 하루 3~5g 장기 복용 시 신장·간 손상 근거 없음 — “신장에 나쁘다"는 미신이다
- 전체 인구의 약 20~30%는 논리스폰더로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 — 4주 복용 후 체감 판단 권장
- 다양한 형태 중 모노하이드레이트가 유일한 정답 — 다른 형태는 비싸기만 하고 우위가 입증되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크레아틴을 복용하면 신장에 무리가 가나요?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 하루 3~5g 복용 시 신장 기능에 유의미한 악영향이 없다는 것이 다수의 장기 연구 결론이다.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소폭 올라갈 수 있지만, 이는 크레아틴 대사의 정상적인 부산물이지 신장 손상의 지표가 아니다. 다만 기존 신장 질환이 있거나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Q. 크레아틴 로딩은 반드시 해야 하나요?
아니다. 로딩 없이 하루 35g만 꾸준히 복용해도 약 34주 후 근육 내 크레아틴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 로딩은 포화 시점을 1주일로 앞당기는 방법일 뿐이고, 고용량 복용에 따른 소화 불편 위험이 있다. 시합이 코앞이 아니라면 비로딩 프로토콜이 더 현실적이다.
Q. 크레아틴을 끊으면 근육이 빠지나요?
크레아틴 중단 후 근육 세포 내 수분 저류가 줄면서 체중이 1~2kg 빠질 수 있다. 거울 앞에서 “근육이 줄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 근섬유가 분해된 것은 아니다. 훈련과 적절한 단백질 섭취를 유지하면 근력은 거의 보존된다.
Q. 여성도 크레아틴을 복용해도 되나요?
물론이다. 크레아틴의 작용 메커니즘은 성별과 무관하게 동일하다. “몸이 불어난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분 저류에 의한 체중 증가는 남성 대비 적은 편이며 외형 변화도 미미하다. 근비대보다 근력·지구력 향상과 회복 촉진 목적으로 복용하는 여성 운동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결론 — 가장 지루하지만 가장 확실한 보충제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는 화려하지 않다. 맛있는 부스터처럼 기분을 띄워주지도 않고, 프로틴 쉐이크처럼 한 끼를 대체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근거와 월 5,000원이라는 가격을 놓고 보면, 가성비 최강의 합법적 퍼포먼스 부스터라는 타이틀은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는다. 운동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면, 식단과 수면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크레아틴이다. 화려한 마케팅의 신상 보충제가 아니라, 검증된 기본기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다.